|
|
|
|
* 룸 타입의 선택
- 허니문의 환상 VS 현실의 실용성! 당신의 선택은?
참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다. 벨라사루 기준으로 말하자면,
스위트룸, 풀빌라, 풀워터빌라, 워터빌라, 워터방갈로, 비치빌라, 디럭스방갈로,
이렇게 7가지씩이나 된다고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하지만 우리같은 서민들은 대부분 워터빌라, 워터방갈로, 비치빌라, 디럭스방갈로,
이렇게 4가지로 축약되는데 순서대로 좋다고 보면되고
워터빌라와 워터방갈로는 수상가옥처럼 물 위에 지어진 리조트,
비치빌라와 디럭스방갈로는 해변위에 지어진 리조트이다.
빌라는 방갈로보다 좀 더 넓고 시설이 좋긴하지만 사실 대동소이하다.
대부분의 허니무너들은 워터빌라나 워터방갈로를 선호하는데 아무래도 바다를 보며
아침을 맞이하고픈 로망과 독특한 외관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로망을 버리고 가장 저렴한 디럭스방갈로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굿 초이스였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얘기한다.
몰디브의 날씨는 우기와 건기로 나뉘지만 그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변덕스럽다.
리조트에 처음 도착한 날 비바람이 몹씨 몰아쳤는데 서있으면 휘청거릴 정도였다.
파도치는 바다위의 워터방갈로와 워터빌라, 어떠한 난간도 없이
비치에서부터 룸까지 길게 이어지는 제티..
선착장에서부터 리셉션까지 비바람을 뚫고 휘청대며 걸어가는 것도 참 힘들었는데
날씨가 매일 이렇다면 움직이기도 겁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리셉션, 조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비롯한 주요식당들, 수영장과
워터스포츠센터(글라이드)가 비치 중앙에 위치해있기때문에 워터방갈로나 워터빌라와의
거리가 상당한데 비해 디럭스방갈로는 이 모든 부대시설들과 가까워 정말 편리하다.
해변과도 가까워 놀다가 방에 들락날락 할 수도 있고,
갑작스레 비가와도 뛰어들어가면 금방이라 좋다.
몇 십만원을 추가해서 비싼방을 선택해봤자 머무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 뿐, 그 이외에는
해변에 있다거나 잠깐잠깐 방을 들락거리는 시간 뿐이라 그 비용이 아까울 수도 있다.
* 셋째날
벨라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햇볕이 조금 나기 시작하더니 어제보다 한층
하늘이 밝아진다. 리셉션에 가니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샌드레스토랑과 캔들라잇디너의
예약시간을 변경하고, 익스커션을 한번 더 체크했다. 몰디브의 변덕스런 날씨때문에
ESCAPE ISLAND는 당일 출발 1시간전까지 기다려봐야한다고, 오늘도 비올꺼라
예상을 했기에 ESCAPE ISLAND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 날씨가 좋아졌는데 취소가 되다니!' 의아해하며 돌아서는데, 지난 주 내내
비가 와서 계속 ESCAPE ISLAND가 취소 되었다는 말이 떠올라 내일은 제발 날씨가 좋길
간절히 바랬다. 어제 섬을 한바퀴 돌았던 반대 방향으로 한바퀴 돌며 산책했다.
한바퀴 더 도니 위치가 하나씩 정리가 되면서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는 느낌이다.
예약시간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GLID로 갔다. 날씨는 나쁘지 않았지만 파도가 조금
거칠었다. 오늘따라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직원도 오늘은 파도가 쎄서 카약을 즐기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고 다른 수상스포츠로
대체하길 권했다. 하지만 우린 그닥 내키지 않아서 예약시간을 늦추고 파도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서 리셉션과 반대 방향인 리조트 뒷편의 해변가로 갔다.
수심이 좀 더 깊고 바다색이 어두운만큼 수중환경이 더 좋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보니 바닥이 갑자기 움푹 들어가고 파도가 좀 쎄서 위험해보였다.
둘째날 봤던 은색빛깔의 작은 물고기들 뿐만 아니라 가오리도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튜브타고 실컷 놀다가 수영장으로 가니 한국인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어제까지만해도 서양인 70%, 동양인 30% 중 중국인이 20%정도 되었었는데, 오늘은
한국인이 20%정도 되는 것 같다. 일요일날 결혼해서 월요일 늦게 리조트로 들어왔다보다.
아이랑 함께 온 가족들도 보이고 신혼부부들도 많이 보인다. 각자 무리로 왔기에 한국인
이라고 굳이 반가워하며 아는척하지는 않고 그냥 눈치로만 서로 서로 알고있을 뿐이다.
놀다가 지쳐 파라솔 아래에서 쉬면서 책을 읽으려 노력해봤지만 의외로 책이 눈에
별로 안들어온다. 짧은 기간동안 열심히 놀고 많은 것을 봐야된다는 압박때문인지
심적으로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양지에서도 이런 여유조차 못느끼다니
참으로 안타까울뿐이다. 우리는 투명카약을 타고싶었지만 점점 날씨가 흐려져 하는 수
없이 다음날로 연기시켰다. 벨라사루에서는 저녁마다 룸보이가 다음날 리조트의 일정과
날씨 등 몇 가지 정보가 있는 프린트물을 가져다주는데 우리는 일몰시간을 확인하고
저녁을 먹기전에 보러가기로 했다.
하늘을 보며 해가지는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니 칠바가 나왔는데, 알고보니 이 곳이
벨라사루의 대표적 선셋 지점이다. 야외 바에 앉아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바다와 일몰을
감상하기에 딱이다. 워터빌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조용해 보이는 누군가의 방
앞에서 서성거리다 삼각대에 타이머를 맞춰놓고 셔터가 터지기 일보직전 아뿔사!
집주인이 문을 열고 나오는게 아닌가! 우리도 미안해하고 그 사람도 당황하고!
중국인 남자로 추정되는 주인은 놀라서 다시 문을 닫고 쏙 들어가버렸고,
우리가 가고나니 살며시 카메라를 들고 나오신다.
그러나 기대했던 노을은 저 멀리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멋진 장관을 감상하지 못한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먹구름은 점점 험악한 형태로 변하더니
급기야는 순식간에 굵은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했고 도망치듯 뛰어들어간 곳은
식당 벨라. 운이 좋은건지 리조트에서 서비스로 제공되는 우산이 입구에 하나 남아있다.
방으로 들어 오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샌드레스토랑을 예약했던 우리는
걱정되기 시작했으나 예약시간이 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여있다. 마음같아서는
제티 끝에 딱 하나 있는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날씨가 불안정해보여서 식당과
가까운 쪽에 앉았다. 바람불고 모래날리고 어두워서 음식도 잘 안보인다는 말이 있어서
살짝 걱정했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어 좋다. 혹시 어두워서 불편하다면 웨이터에게 조명을
하나 더 켜달라고 하면 될 듯하다. 그리고 테이블 앞뒤로 투명한 비닐막이 있어
모래가 날라올 위험도 그닥 없어보인다.
아무튼 주문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 테이블들이 하나 둘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하고 우리 옆에도 어느 단란한 가족이 앉는다. 꼬마 한명과 엄마, 할머니로 보이는
이들은 복잡한 요구를 하며 주문을 했다. 우리는 서로 사진찍어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있는 꼬마가 뒤돌아 우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손가락으로 빵야빵야 하기 시작한다. 이건 어디서 많이 봤던 빵야빵야인데..
어제 수영장에서 테러를 했던 그 영국꼬마였던 것이다!
반갑긴했지만 어제의 테러를 떠올리며 우리는 침착하게 그 꼬마를 모른척했다.
식사는 너무나도 로맨틱하고 맛있었고,
앞으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려했다. |
|
| |
|
